조선의

빈 동굴 같은 귀를 틀어막고

눈으로 꽃 피는 소리를 듣는 동안

역류하던 봄은 스타카토로 열렸다

하지만 진부한 표현뿐인 촉감의 오독 때문에

시종일관, 나는 끙끙 앓았다

그리움을 하얗게 뱉어낸다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봉오리들이 사무친다는 것

꽃 피는 숫자만큼 그 그림자에도 향기가 배어있다는 것

먼 하늘에 소실점을 두고, 피가 가려운

가지 끝에 매달려 새가 되는 꿈을 꾼다

(부분)

귀는 사물의 말없는 말을 듣는 데 방해가 되니 “꽃피는 소리”는 ‘눈으로’ 들어야 한다고. 시인이 듣게 된 말은 무엇인가. 하얀 매화는 그리움을 뱉어낸 산물이며, 그리움으로 사무친 봉오리들은 그 그림자마저도 그리움의 “향기가 배어있다”는 말. 하여 매화의 그리움은 동경이 되고, 동경은 소망이 된다. 그리운 그곳으로 새가 되어 가고 싶다는 소망. 그래서 매화를 꽃피운 나무는 하얀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