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드알리 무사비 가르마루디

밤은 너의 눈에서 평온을 빌리고

폭풍은 너의 분노에서 노호를 빌렸다

너의 말소리는 밭을 일구고

너의 숨소리는 꽃을 피운다

우물은 네가 눈물 떨군 뒤로 출렁출렁한다

아침은 네 눈의 새벽에서 꽃을 피우고

밤은 어둠 속에서 기도하러 일어선다

별은 모두 네 눈빛을 빌렸다

네 미소가 허락하면 삶을 얻는다

꽃봉오리는 모두 네 미소의 자손이다

(신견식 옮김)

이란 현대시다. 위의 시의 ‘너’는 신을 가리키는 것 같다. 하나, ‘너’를 시인이 사랑하는 이로 읽을 수도 있다. 사실,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은 신처럼 우리를 압도하지 않는가. 하여 별은 사랑하는 이의 눈빛과 닮아 보이고, 아침의 꽃은 “네 눈의 새벽”과 닮아 보인다. 그이의 미소는 삶을 살게끔 한다. 아니, 시인이 사랑하는 이가 바로 신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신은 그만큼 친근한 대상이라 하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