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무더기 이탈표에 리더십 타격
영장심사 앞두고 당내 갈등 심화
본회의 상정 안건 표결 지연 등
여야 간 강대강 대치 이어질 듯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속 위기에 몰렸다. 표결을 앞둔 전날 이 대표가 직접 게시글을 올려 사실상 ‘부결’을 호소했음에도 민주당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당장 내년 총선이 7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 대표는 향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앞서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부결을 유도하고 나섰음에도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 역시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비대위 구성 조건으로 ‘지도부 과반 사퇴나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라고 규정돼 있어 친명계 지도부가 사퇴를 하지 않는 이상 비대위 전환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친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옥중 공천’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내홍이 깊어지고 더불어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지금까지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병상에서 표결 결과를 전해 들었으나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사유 없음’의 판단을 받으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무리함을 피력하며 역공에 나설 수 있다. 검찰의 야당 탄압·정치 수사를 부각시키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내홍 해결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강성지지층인 ‘개딸’이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다.

이날도 ‘수박(겉은 파란색(민주당)이지만 속은 빨간색(국민의힘)이란 은어) 명단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은 결과가 나온 직후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공세를 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엔 친명·비명계를 나누는 분당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여야 간의 강대강 대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168석의 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기국회에선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이 강경 투쟁 수위를 높일 경우 정국이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가지면서 기존에 예정됐던 본회의 상정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날 상정되지 않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3법)’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25일 본회의 표결이 예상되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반대에 나서면 24일 임기가 종료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자리가 공석이 돼, 대법원장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개각을 통해 정부를 쇄신하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유인촌 문화체유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연말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각종 현안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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