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기회" 포항철강 업계 - 전문가 진단
서정헌 스틸앤스틸 연구소장

서정헌 스틸앤스틸 연구소장

현대차그룹이 1998년 외환위기의 산물인 한보철강을 2004년에 인수하고 오랜 숙원사업이던 고로로 진입하였다. 현대제철의 한보철강 인수는 한국 철강산업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현대제철 고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오랜 세월 우리나라 철강시장을 지배했던 포스코 독점이 약화되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시작되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중국 철강산업이 또 하나의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한국 철강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에 중국산 수입재와 경쟁이 더해진 새로운 경쟁구도를 직면하게 되었다.

새로운 경쟁구도를 직면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대응전략도 큰 변화를 보였지만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단압밀이었다. 복점적 경쟁구도에 끼인 단압밀들이 먼저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철강전문가들이 현대제철의 부상과 포스코의 위기를 예견하였다.

현대제철이 가지고 있는 재벌기업의 힘과 수직계열화를 생각하면 포스코의 위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경쟁의 성과는 경쟁을 촉진한 현대제철보다 경쟁에서 위기로 몰렸던 포스코가 더 챙기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현대제철의 고로진입 이후 위기를 느끼면서 변신하기 시작하였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되었지만, 2010년 현대제철 고로진입 덕분에 독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2022년 홀딩스로 전환하고 탈철강과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완전한 민영화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철강과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민영화된 기업으로 최근 주식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포스코에 대한 정부개입도 차츰 줄어들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포스코는 공기업과 독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경쟁에 노출시킴으로써 변신하고 있다. 과거에도 포스코는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였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을 때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복점적 경쟁구도가 되면서 포스코는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위기를 자신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킨 것이다. 포스코가 홀딩스로 전환하고 탈철강과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현대제철 고로진입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포스코라는 기반 위에서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야경.    /경북매일 DB
오늘날 한국 경제는 포스코라는 기반 위에서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야경. /경북매일 DB

지금 포스코 홀딩스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2차전지 광물자원으로 다각화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포스코의 의지만 하더라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포스코의 변신이 국내 타 철강사나 유통 등 관련 기업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의 규모나 성장단계를 보면 한국 철강산업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쟁구도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여야 하는 것이다.

양 고로사가 공정한 경쟁과 분업과 특화를 통해 철강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수요산업의 철강재 선택의 폭이 넓히고, 철강 수요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

많은 철강전문가들이 현대제철 고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재벌의 수직계열화 남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만약 현대제철 고로가 지나치게 현대자동차에만 의존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포스코가 독점과 공기업을 벗어버리고 변신하듯 현대제철도 자신이 가진 재벌과 수직계열화를 벗어버리고 독자적인 하나의 고로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룹내 자동차 등 다른 부문과의 시너지도 가능하고, 포스코와 대등한 경쟁을 통해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제철이 고로사로서는 후발주자이지만 2등의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한국 철강시장의 복점적 경쟁구도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필자는 당사 창립 이후 지난 20년간 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단압밀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철강사가 경쟁구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각 철강사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