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석

어스름 퇴근길에 뜬 반쪽 달

덩그러니 쳐다보며 우울했던 적 있네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달이

슬프냐고 물어주고 측은해주기도 했네

따스한 인적은 가닿을 수 없이 멀고

드넓은 하늘 혼자 흘러갈 수밖에 없네
 

귓바퀴에 걸리는 고뇌의 음악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네

상현, 그 예리한 각에 삶이 베이네

‘현(弦)’은 활시위를 뜻한다. 반달을 활처럼 생겼다고 하여 오른쪽이 둥근 반달을 상현, 왼쪽이 둥근 반달을 하현이라고 한다. 시인은 어느 퇴근길에 우울에 빠지고, 하늘을 쳐다본다. 상현이 시인을 쳐다보며 위로해준다. 나아가 시인은 그 상현달에 자신의 운명을 투사한다. “드넓은 하늘 혼자 흘러갈 수밖에 없”는 달의 운명을. 하여, 그는 상현의 한쪽인 날카로운 선에 자신의 삶이 베이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