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서로가 만나지 않았을 때엔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다

서로에게 기대어 결이 통하게 된 후

더는 울지 않았다

속리산 천왕봉 오르는 길

두 나무라 부를 수 없는 한 나무

굴참나무 사랑이 눈부시다

두 나무라 떼어놓을라 치면

생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

나무에게도 이별은 아픔으로 온다

‘연리지’란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붙게 되어 결이 하나가 된 나무를 가리킨다. 몸이 이어지기 이전의 나무의 삶은 “쉽게 흔들”리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다른 나무와 한 몸이 된 삶은 “더는 울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신 사랑이다. 연리지를 떼어놓는다면 두 나무는 “생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할 때에도 그러한 고통이 올 터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