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필영
볕 바른 곳
산기운이 품고 있는 뜬봉샘
강줄기 돌돌 말은 물길에
이고 온 구름 빠뜨리며
물속을 들여다본다
몸속으로 열리는 물길
물 흐르는 대로
물 아랫마을 할머니들
아득한 손자들 모으라고
물 흐르는 대로
합수머리에 이름 없는 길 모으라고
뜬봉샘엔 새순 같은 물방울이 돋아 나온다 (부분)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먼 길을 걸어온 시인이 뜬봉샘에 도달하고, 그는 “강줄기 돌돌 말은 물길” 속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몸속으로’도 물길이 열리며 그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물 흐르는 대로”의 삶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 삶은 이미 “물 아랫마을 할머니들”과 같은 민중들이 살아온 삶이었다. 손자들을 모으는 그들은 “새순 같은 물방울이” 새로이 “돋아 나”오는 생명의 원리를 터득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