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사람 흔적만 봐도/흔들리는 대간길/신선봉을 내려와/무너진 성황당 돌 더미에 이르면/새이령/누군들 그냥 스쳐 지나갔으랴/갈 길 내려놓고/갈 데 없이 떠도는 혼을 달래며/새이령을 넘나들었으리

영은 마장터로 내려가고/바람은 능선으로 몰려가네/암능을 타고 너덜 지대에서 휘청거리다/병풍바위를 지나 마산

마산 봉우리는/참호와 참호/벙커와 벙커에 걸쳐 있고/대간길 절벽으로 떨어지네

흘리로 흘러들어도 절벽/진부령으로 흘러내려도 절벽/군사분계선을 끼고 사는 우리들/어딜 가도 절벽이네

산속에 있는 성황당의 파괴는 전쟁 때문일 테다.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시인은 “갈 데 없이 떠도는 혼”과 만난다. 이 떠도는 영과 함께 걸은 화자는 ‘마산 봉우리’에 이르는데, 이곳에는 참호가 파여 있고 벙커가 만들어져 있다. 전쟁의 흔적들에서 화자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절벽’이다. ‘절벽’은 길이 끊어졌음을 의미하면서, 자연의 신성이 파괴된 민족 현실의 절망적 상황을 상징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