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소

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

멀어지는 날개를

놓아주었다

나무 사이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포옹을 하고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가장 먼 곳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성홍열이 지나간 자리를

불어 주는 검은 얼굴이 되어

우리는 사랑을 좀처럼 보내지 못하지만 결국 사랑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 안에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멀어지는’ 사랑의 “날개를/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여, 시인의 영혼은 불타는 슬픔으로 잿더미가 되지만, 시인은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사랑과 이별하고, 검게 그을린 재의 얼굴로 ‘성홍열’로 생긴 빨간 흉터에 치유의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