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경운대 교수
최선희 경운대 교수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건이 자주 들려온다. 헤어진 여자 친구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찾아가서 무차별 폭행하고, 신고를 하면 보복살인까지 하는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한 때는 사랑한다고(?) 생각한 연인에게 이런 무자비한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프로파일러는 데이트 폭력의 주요인을 소유와 집착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진단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구속하고 가두려는 소유적 집착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할 수 있는가. 50여 년 전 사회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에리히 프롬이 제기한 인간의 두 가지 생존양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인간 유형을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소유적 인간’과 존재하는 것에 자신을 맡기고 능동적인 일을 추구하며 삶에 희열을 느끼는 ‘존재적 인간’으로 구별했다. 그는 이런 소유와 존재의 차이점을 학습, 권력, 사랑 등의 구체적 사례로 설명한다.

프롬이 주장하는 소유적 학습은 배운 내용을 모조리 필기하고 암기하여 시험에만 대비하는 행위이고, 존재적 학습은 배울 내용을 미리 연구하여 교수자의 설명을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소유하려는 권력은 자신의 권위에 굴하는 사람을 착취하고 존재하려는 권력은 인간의 인격을 바탕으로 세워진다고 한다. 그리고 소유적 사랑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취하려하고 존재적 사랑은 상대를 배려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소유적 삶을 살고 있는가, 존재적 삶을 살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이 문제를 생각해보게 했다. “수능이 끝난 후 약국 아르바이트로 20살치고 꽤 많은 돈을 갖게 되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명품 신발과 가방을 소유하게 되었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학업을 소홀히 한 채 약국 일에만 전념하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쳤다.”고 고백한 한 학생은 소유욕에 의한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서 자신의 소유양식의 삶을 성찰하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보겠는 다짐도 했다. 어떤 학생은 과제를 하기 위해 구입한 ‘소유냐 존재냐’ 책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태도를 소유적 삶이라고 규정하며,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사진 찍기에 집중하는 또래 친구들의 소유적 삶을 질타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에리히 프롬이 제기한 소유적 삶의 문제들이 아직까지 사회 도처에 자리한 채 우리의 존재적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소유적 사랑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랑은 상대를 내 것으로 가지려는 욕망이 아니라 상대를 마주하고 그 존재적 가치를 아끼려는 마음이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소유적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칼린 지브란의 시 한 구절을 새겨볼 일이다.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서로 사랑하라/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소유는 아이 같은 욕심이고 존재는 성숙한 어른의 마음이다. ‘소유와 존재’, 그 엄청난 간극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