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마틴 리스 지음
서해문집 펴냄·과학

‘과학 따르기’가 인류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있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진보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행성의 미래도 과학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연구실 밖의 일이며, 폭넓은 공적 논의를 거쳐야만 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사상가이자 현명한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공적인 목소리를 내온 영국의 우주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마틴 리스(81)는 신간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서해문집)에서 과학의 놀라운 발전이 오늘날 절박한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전 세계의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든 시민이 과학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모든 과학자가 ‘공공’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촉구한다. 그래야만 과학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틴 리스는 평생에 걸친 과학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은 그저 과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공적 공간의 일부가 돼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과학은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장에서는 오늘날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과학이 맞닥뜨린 거대한 글로벌 과제들을 살펴본다. 즉 과학에서 커다란 변혁을 겪고 있는 ‘기후와 환경’, ‘생물 의학’, ‘컴퓨터와 머신러닝’ 영역이다. 물론 일부 기술은 지나치게 빨리 발전한 나머지 우리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실수나 오류에 따른 기술 오용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험과 이익 사이에는 언제나 균형점이 있다. 따라서 대중의 우려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불균형한 인식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설명한다. 과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전달돼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고, 현대 세계 그리고 미래 세계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응용한 결과가 전문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시민과 정치인들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비윤리적이거나 위험하게 적용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일하는 기관과 연구소 등 과학 공동체의 세계를 다룬다.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이 점점 더 국제적인 협력과 대응을 요구하게 되면서, 국제기구와 아카데미의 역할은 강화될 필요가 있는 가운데 과학은 말 그대로 글로벌한 문화이며, 전문가들과 여러 대학·아카데미 사이의 국제적인 접촉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4장에서는 과학과 교육의 문제를 살펴본다. 과학자가 되는 것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 결과다. 이때 충분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과학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충분한 인센티브를 비롯해 적절한 교육과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을 어떻게 적용할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은 평생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교육은 특권을 가진 소수에 국한되지 않고 포괄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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