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전략)

그러고 보면 걸음을 걷는 동물들, 매머드라던가 공룡이라 하는 것들은 너무 큰 보폭으로 멸종되었다. 성큼성큼 뛰어서 겨우 기어가는 개미를 앞지르고 꿈틀거리는 것들은 뛰어넘으면서 모두 사라졌다.

(중략)

멸종의 사정거리

전쟁의 무리는 집단 보폭으로 한걸음을 걷고

큰 걸음으로 작은 걸음을 몰아세운다

풀을 먹기 위해 물을 건너는 초식의 두려움과

침략을 향해 국경을 넘는 무리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득히 먼 미래가 언뜻언뜻 보인다

빛은 가장 빠른 속도지만

별빛들은 밤에만 움직이는 이유를

언뜻 알 것도 같다

공룡이나 매머드 등 ‘큰 걸음’을 걷는 동물들은 사라졌다.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는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위세 당당한 ‘큰 걸음’의 무리들이 있다. 시에 따르면 ‘작은 걸음’의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의 무리’가 그런 무리들이다. 시인은 ‘큰 걸음’의 동물들이 멸종하듯이, 이 무리들도 ‘먼 미래’엔 사라지리라고 예상한다. “밤에만 움직이는” ‘별빛들’은 이런 미래를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