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멸이다’

곽성일 지음·시집
더봄 펴냄

“고요는/고요를 더하고/더께를 이룬/고요는/형상이 없다//없음이,/보이지 않음이/소박함이/숨어 있을 치열함이/감동을 주는 곳/…/백흥암 극락전 마당에 빛과 그림자가 내려앉았다/아!/절집 건물로 둘러싸인/작은 마당/아무것도 없는데/탄성이 절로 나온다//왜일까/알 수 없는 아득함/뛰는 가슴/단아한 아름다움….”

-곽성일 시 ‘아! 백흥암’ 부분

30여 년간 신문기자로 활동 중인 경북일보 편집부국장 곽성일<사진> 씨가 최근 시집 ‘지금이 적멸이다’(더봄)를 펴냈다.

‘지금이 적멸이다’는 30년 넘게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활동해온 곽성일 시인의 첫 단독시집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60여 편의 시를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엮었다.

곽 시인은 2017년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장을 지낸 정민호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금은 적멸이다’에는 긴 호흡의 글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산문시 형식이라고 하기에 어색한 느낌의 긴 산문 형식의 글도 더러 있다. 그런 글들은 짧은 수필에 가깝기도 하다.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이야기를 서로 끌어주는 시화 형태의 글이 혼재된 점도 기존 시집의 형식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조금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이 시집에서는 현실 세계의 가장 일상적인 삶의 장면들을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주변의, 먼 곳의, 때로는 상상 속의 자연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자연을 통해 관조하며 성찰한다.

여국현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신문기자라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의 그를 스쳐 간 많은 일은 그에게 어떤 흔적과 그림자를 남겼을까 궁금했다”며 “그의 글에서는 그와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이 아니라 그 너머 그가 꿈꾸는 세상이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

여 시인은 “곽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자연과의 합일을 넘어 모든 존재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 윤회와 고뇌의 순환이 끝나는 ‘적멸(寂滅)’의 세상인 듯하다”고 평했다.

곽 시인은 “신문기자 30년, 건조한 기사 문장의 도피처로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시집은 그 결과물”이라며 “즉흥적으로 시집을 내기가 두렵기도 하다. 눈앞의 세상을 인식할 때부터 가졌던 부끄러움이 지금도 여전하다. 그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용기를 내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곽성일 시인은 포항 청하 출신으로 건국대 정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경북일보에서 행정사회부 부국장으로 취재기자 겸 데스크를 맡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