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
조정문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섬유산업은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중심산업이고 대구경북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섬유산업의 메카다.

AI시대에도 섬유는 여전히 인간 생활에서 의식주를 이루는 근간이다.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조정문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섬유산업은 다른 업종과의 융복합 가능성이 매우 크며 섬유산업의 시장 예상규모는 반도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U가 봉제산업으로 먹고 살듯 글로벌 선진국들은 섬유산업 선진국이라며 “대구경북 섬유산업도 체질개선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탈피하고 과감한 선도적 투자와 기술 도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한다.

섬유산업이 과거의 영광을 넘어서는 미래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대구·경북은 한국 산업화 이끈 섬유산업의 메카… 첨단화로 재도약 기회 삼아야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투자 늘리고 디지털·자동화로 전환, 전문인력 육성도 박차

탄소섬유 등 친환경 고감성 고기능성 제품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만이 살 길

- 회장을 맡고 2년동안 지역 섬유산업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을 맡았다. 지난 3월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섬유박람회도 그런 성과를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참가업체나 참관 기업들, 특히 방문객이나 실질적인 수출상담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4년만에 공개 개최된 박람회에서 종전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 이번 박람회가 섬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섬유산업을 이야기할 때 사양 산업이라거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지역 섬유산업의 수장으로서 섬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나.

△섬유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 중심산업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2008년경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첨단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섬유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으로 반도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시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패러다임을 변환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또 한 번 고전한 것으로 들었다.

△그런 부분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힘들어지고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외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대외 환경까지 급변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의 단합된 노력과 정부 지원으로 회복단계에 들어섰다.

-전기료 인상이 확정됐다. 가스료 등 에너지의 가격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지금까지 싼 전기료가 경쟁력의 한 원인이었다면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특히 전기료 문제는 탈원전이라는 지난 정권의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 때문에 빚어진 면이 있다. 전기 생산 원가가 낮아져야 회복될 문제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함께 인내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국가에서도 정책적으로 빨리 원전 증설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정권이 바뀌고 1년이 지났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부와 정책이 섬유산업에 우호적인가.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도 친기업이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정권마다 말로는 ‘기업 프렌드리’를 외쳤지만 기업에서 공감할 수 있는 체감온도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이제 코로나가 지나갔고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지났으니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섬유연합회 차원에서 건의도 했고 또 염색공단의 첨단화 사업과 탄소중립 그린소재 사업이 채택되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

- 섬유산업의 국내 산업에서의 위치와 지역 섬유산업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지역 섬유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심산업이었다. 세계적으로 섬유수출 4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화섬직물 수출은 한 때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섬유만으로 무역수지 100억불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 섬유산업은 국내 섬유산업에서 업체수와 종사자수, 출하액과 수출액에서 모두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내 산업에서도 사업체수와 종사자수에서 15% 이상, 출하액과 수출액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국내 최대 화섬산지로서의 입지와 재도약을 위한 잠재력도 갖고 있다.

- 기업으로서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섬유산업이 과거에만 안주해서도 안 되고 자존심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 협회로서는 업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뿐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체질을 바꿀 것을 조언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나.

△우선 경영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신기술 도입을 위한 시설과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디지털과 자동화로 전환해야 한다. 또 산학연 연계를 통한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 소통을 확대하면서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서 역량을 집중한다면 섬유산업도 미래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거기서 연합회가 하는 일은 뭔가.

△연합회의 입장에서는 지방 및 중앙정부과 협의하여 지역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위한 현안과 과제들이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연합회는 지역 섬유패션산업의 거버넌스로서 산학연과의 연계강화와 중장기 비전 제시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유관 기관 단체들과 공조를 하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4대 섬유수출국이라는데, 그러면 현재 우리의 섬유 산업은 세계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냉정하게 말해서 중상 정도라고 보면 된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아는 유명 브랜드, 디자인이 지역에 있나? 지금 알고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나 디자인 중에서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 얼마나 있나? 기술이나 디자인, 마케팅에서 우리는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중위권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

-섬유산업의 부가가치를 이야기한다.

△섬유가 첨단 산업에 비해 뒤떨어진 산업처럼 치부하는데 잘못된 견해다. 선진국인 EU가 봉제산업으로 먹고 산다고 하면 이해되겠나. 브랜드의 가치다. 국민소득 5천불 시대의 제품과 3만불 시대의 제품은 달라야 한다. 인건비가 그만큼 올라가면 상품의 형태도 달라져야 하고 거기서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높은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제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만들면 팔리던 의류 중심의 산업에서 고기능성, 고감성의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 이 시대의 화두가 융합이기는 하다. 섬유산업에서도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섬유산업에서 융합은 소재간의 융복합과 산업간의 융합이 모두 필요하다. 첨단 융복합 섬유소재 산업은 의류용과 생활용 및 국방, 안전 방재 등 산업용의 융복합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탄소와 슈퍼 등 고강도 고기능성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산업간 융합은 섬유산업이 토목과 건축, 물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해 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자동차산업만 하더라도 에어백 등 많은 분야에서 섬유와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 세계 섬유산업계를 자주 왔다갔다. 최근의 세계 섬유산업의 동향은?

△21세기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에너지 자원과 환경적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섬유 패션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놓고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산업 자체를 순환 경제의 일부가 되도록 섬유 폐기물을 줄이고 지속적인 섬유의 재사용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지구환경 보호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생산방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제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친환경 섬유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최근 섬유산업의 글로벌 트렌드이다.

- 우리보다 섬유 선진국이나 세계적인 섬유패션산업계의 친환경 소재 사용 동향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

△EU는 그린 섬유 개발과 섬유공정 전 과정에 친환경 간계 도입 등 순환경제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서 섬유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쓰레기 해결을 위한 재단 설립과 기금 신설, 인프라 구축을 포함하는 법안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도 첨단 섬유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디지털 제조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어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버버리, 샤넬 등 명품 브랜드와 GAP, H&M, ZARA 등 SPA(의류 생산 유통 전문 통합)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몽클레어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섬유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용 섬유에서는 BMW, GM, 볼보, 아우디 증 자동차 기럽들이 내외장용 소재를 친환경 섬유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그러면 우리의 섬유 산업은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의류용 제품은 축적된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 중심의 친환경 고감성 고기능성 제품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침장 인테리어 같은 생활용 섬유제품은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맞춤형 고부가 제품 개발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확대를 통해 수입대체와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 산업용 섬유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탄소 아리미드 섬유 등 고성능 소재를 국산화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중립과 연계해 전후방 산업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용 융복합 제품개발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입는 에어백 제조기술을 보유한 지역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일회용인 차량용 에어백에 비해 충전용으로 30회까지 재활용 가능한 제품은 바이크나 사이클 같은 레저용에서부터 추락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산업현장에서 크게 히트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제품들이 개발돼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 대구시·경북도와의 협력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섬유산업과 연계해서 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지능형 자동차와 로봇, 반도체, 스마트, 디지털, 바이오, 뷰티, 탄소소재 부품, 친환경 소재, 신공항 이전 사업 등에서 모두 섬유산업과의 연계 협력이 가능하다.
 

□ 조정문(趙正文·66)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

대구 출생. 경대사대부고. 한양대 공대 섬유공학과 졸.

미 스탠퍼드대 AMP 수료.

국제상사 섬유수출부, 한일합섬 섬유수출부. 새날 이사.

1996년 새날테크 대표이사 사장.

구미중소기업자문협의회 위원,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신성장전략위원회 위원.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역임.

대한민국산업포장(2016).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2세 경영인. 빌 게이츠도 옷을 벗고 살 수는 없다며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섬유맨.

“골프를 몰라서 못 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섬유산업에서도 신기술 도입과 체질개선을 주장하고 변화를 강조한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