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논객’ 신평 변호사, 한국 정치 현주소를 말하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집권여당, 경계 늦춰서는 안돼”
"이준석은 당이 젊은층 지지 받는데 오히려 방해"
국민의힘 중앙당, 내년 총선서 대구·경북 국회의원 부담없이 물갈이 할 것
야권에선 '조국 필적할 만한 인물 현재로선 없어'

신평 변호사.   /박진홍기자 pjhbsk@kbmaeil.com
신평 변호사. /박진홍기자 pjhbsk@kbmaeil.com

지난해 대선을 즈음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를 주고 받는 친밀한 관계가 부각,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신평(67) 변호사. 그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한국 정치의 민감한 고비 때 마다 매번 강도 높은 쓴소리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소위 대깨문 등 정치 일각의 집중 포화에 시달리다 가족이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권 일부가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2023년 현재 한국 정치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신 변호사를 3일 경주 황리단길 인근 사정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신 변호사는 “지난 20여년간 매일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1시간씩, 하루 2시간 동안 미국 공영 시사 라디오 프로 NPR을 청취해 왔다”며 “이제는 세계 정세에 대해 웬만한 외신 기자 보다 밝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신 변호사는 하루 일과를 오전 6시부터 자택에 붙어 있는 텃밭 500여평에서 농사일로 시작한다. 상추와 옥수수, 감자, 호박, 오이 등을 재배하는 모습은 영낙없는 촌로다. “요즘은 산딸기가 많이 나 지인들과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자랑했다.

“오후 시간에는 서너시간씩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고 했다. 텃밭 한켠에 만든 소규모 건물 서재에서 “요즘‘논어’를 읽는 중”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부인과 황리단길 주변 고분공원 등지에서 매일1시간여 동안 산보룰 한다. “서울은 자녀도 만나 볼겸 방송사 출연이 있을 때 가끔씩 간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가 내홍 심각… 내년 총선 앞두고 ‘비대위 체제’ 전환 시각도
‘공천=당선’ 대구·경북… 중앙당서 부담없이 현역 대거 물갈이 예상
좌·우파 구별없이 과열된 팬덤정치와 결별, 건강한 정치문화 일궈야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 대선 1년전 쯤인 지난 21년 페이스북과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을 ‘검찰 지상최고주의와 출세주의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지인들이 한번 만나보길 권했다. 당시 윤 대통령과 독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매우 선하고 인품이 훌륭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강한 리더십이 느껴졌고 평소 ‘운동권 청산이 차기 정권의 시대정신’이라는 소신이 윤 대통령을 돕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 일정을 마친 늦은 밤, 윤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주고 받기도 했다.

- 현 정국에서 신 변호사의 정치적 입장과 역할은?

△ 윤석열 정부 성립에 작은 기여를 한 사람으로서, 윤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직책이 없으니 외곽에서 응원할 뿐이다.

-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

△ 여야 모두 내부적인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국힘당은 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당대표의 리더십이 약해 보인다. 특히 최근 갤럽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35% 수준에 머물렀다. 40% 중반에는 안착해야 안정적인데 걱정스럽다.

일반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비대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이탄희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상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힘당의 경우 ‘올 가을쯤에는 비대위 구성 내지 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예측이 많다.

최대 관건은 ‘양당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둔 향후 11개월 동안, 어떻게 성공적인 진화를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사실 국힘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회 150석 확보가 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하는 것 같다.

-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전망은?

△ 국힘당 전원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 아쉬운 점이 많다. 국정에서 썩 두각을 나타내는 분이 많지 않다.

-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물갈이 수준은?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매번 절반 가까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공천= 당선이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부담 없이 물갈이 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MZ세대 중심 총선이 될 가능성은?

△ 그렇게 돼야 한다.

- 이준석 전 국힘당 대표에 대한 당 공천은?

△ 이준석 본인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을 너무 비하했고 실제 그렇게 처신을 해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비난했다. 과연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공천을 줄 수 있나. 反윤석열 행보가 너무 멀리 간 것 같다.

- 이준석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MZ세대의 역풍이 없을까 ?

△ 없다고 본다. 이준석은 ‘젊은층을 많이 흡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갔다. 이준석이 가진 상징성이 ‘능력주의’와 ‘안티 페미니즘’인데 시대적 흐름에 뒤쳐져 있다. 젊은층의 폭 넓은 지지를 받는데에는, 도리어 이준석이 방해가 되고 있다. 젊은 남성 유권자 표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겠으나, 국힘당이 이들을 흡수 할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조국의 차기 대권 주자설과 내년 총선 관악갑 출마설을 제기했는데.

△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고난의 서사’와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 등 2가지 덕목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야권에는 조국을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 이재명도 어느 정도 근접하지만, 조국이 이재명 보다 낫다.

조국 본인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정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국이 현재 진행중인 재판 2심에서 실형을 받는 돌발사태가 없다면,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 현재 여의도에는 조국이 내년 총선을 위해 관악 갑에 공을 들인다는 소문이 나 있다.

- 최근 “안철수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는데 그 이유는?

△ 지금은 밝힐 수가 없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야기 할 때가 올 것이다.

- 안철수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 지난 국힘당 대표 선거에는 안철수가 나서면 안되는 타이밍이었다. 왜 출마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안철수가 전략적 사고를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안철수 미래권력이 내년 총선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국힘당의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다. 정치적 지도자의 2가지 덕목을 고려할 때, 현재 국힘당에는 안철수 보다 나은 조건의 정치인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자질도 높이 평가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힘당에게는, 안철수가 꼭 필요해 보인다. 그 이유는 총선 승리의 키 포인트인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움직이는데, 안철수의 역할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얼마전 ‘윤대통령이 자기 지지층 구애를 위해 서문시장을 4번 방문했다’고 지적해 여권에서 논란이 됐는데.

△ 내년 총선은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이 결정한다. 그걸 간과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물론 윤 대통령의 핸디캡인, 지역 기반이 없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경북 텃밭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 표심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을 경우 패인이 될까 염려된다. 또 국힘당 일부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악재들을 거론하며 “내년 총선은 우리가 질 선거가 아니다”라고 자신하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민주당이 향후 11개월 동안 젊은층을 흡수하는 등 혁신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월 사육비 250만원,국비 지원 안돼 파양’에 대한 발언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 제가 얼마전 유기보호견센터에서 안락사 직전의 8개월 된 믹서견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월 사료비가 1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의‘풍산개 월 사육비 250만원 계산법’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 사진을 자세히 보면 문 전 대통령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이미지 정치를 위해 개의 위대한 가디언(수호자)으로 연출하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반면 본인 입장에서는 거짓 연출이 괴로울듯 하다.

- 홍준표 대구시장의 차기 대권 후보 가능성은?

△ 홍 시장은 지난해 대선 당내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겼으나 당내 투표에서 져 대통령 후보가 못 됐다” “후보가 됐으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을 안티하기 위해 국민여론조사에서 홍시장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을 한 결과로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 논객 활동의 힘든 점은?

△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다. 조국사태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글을 올려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대깨문들의 정치적 비난 등 인터넷 집중 공격을 받고 집사람이 공황장애로 경주동국대병원에 입원하는 등 1년째 약을 먹고 있다. 나는 끄떡 없지만 가족들의 고생이 많다. 최근에는 조국 교수의 대선 출마를 예견했다가 우파의 심한 공격을 받았다. 한국 정치는 좌·우파 모두 과열 팬덤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윤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도 우파가 집권하길 바란다. 우파 정권 10년이면 한국이 안정과 번영을 이룰 것이다. 그때쯤 되면 386운동권 세력이 퇴조를 하면서 민주당도 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보수·진보의 건강한 양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신 변호사의 부인이 차와 과일, 주전부리 등 3가지를 내놨다. 이날이 3번째 방문이었는데 매번 격식을 갖춘 손님 응대였다.

기자가 휴지를 사용할 경우 신 변호사는 바로 일어나 쓰레기통을 가져다 줬고, 노트북 전기코드를 바닥의 콘센트에 연결할 때는 먼저 허리를 굽혀 도왔다.

또 신 변호사의 부인은, 현관에 벗어 둔 기자 구두의 방향을 신기 편하게 반대로 돌려 놓아 주었다.

신 변호사는 상대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성품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박진홍기자 pjhbs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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