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월 현재 미분양 1만4천여 가구·입주 물량 3만여 가구 대기
비슷한 상황의 2008년엔 전세전환·할인분양 등으로 해소했지만
전세금 뒷순위 가능성 등 걸림돌 많아 부동산시장 충격파 우려

대구 부동산시장의 미분양 상황이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시장 조사분석 제41호’에 실린 ‘미분양을 보면 시장이 보인다-대구 사례를 중심으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대구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8년 시장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2월 현재 대구 부동산시장의 미분양은 모두 1만4천여 가구와 3만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지난 2008년에는 미분양 2만1천여 가구, 입주물량 3만2천여 가구로 2023년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미분양 정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할인분양과 전세전환으로 본격적인 미분양 마케팅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분양가격의 30% 수준 가격으로 전세를 놓으면서 미분양 가구의 입주가 단시간에 이뤄졌고 이런 단지들이 2년 후 할인분양하면서 미분양이 해소된 바 있다.

과거 미분양 상당수가 준공 후 미분양이라 전세전환이나 할인분양을 통한 분양 마케팅이 쉬운 측면이 있었고 건설사가 전세를 놓기 때문에 선순위가 없어서 전세 전환이 쉬웠다.

그러나 현재의 미분양은 파격적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문제로 지적되면서 올해 대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과거 2008년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단지에서 전세 전환을 고민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부분 시행사가 위탁자로 돼 있고 신탁사가 수탁자로 돼 있어 전세계약을 신탁사와 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기관이 1순위 우선 수익자이기 때문에 전세금이 뒷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에서 전세 보증을 받아 전세 전환을 하더라도 신탁사나 우선수익권자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구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도 문제지만 실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올해 3만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어떻게 해소되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이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점차 역전세난은 물론이고 매매거래마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미입주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모두 7만8천여 가구의 입주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대구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으로 계산하면 6년치에 해당하는 상태다.

이로인해 잇따른 미입주가 발생하면 대구 부동산시장은 미분양보다 더 큰 어려움에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미입주는 분양 당사자도 신용의 불이익을 당하겠지만, 시행사나 건설사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고 금융기관도 중도금 대출의 상환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 외부 변수가 합쳐져 발생한 상황인 만큼 이들에게 숨 쉴 여건이 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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