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나

우리는 형광등을 켜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에

숟가락을 들이대며 웃었다

케이크를 자르면

빈 공간이 커지고

날 부르는 목소리를

경계하며 살아간다 해도

한 번쯤 불을 껐던 그 입으로

누군가를 새로이 축복할 수 있기를

떠나가는 자가 눈에 남긴 발자국을 보며

겨울이 남긴 화인이라 여겼다

사람들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머리에선 재 냄새가 났다 (부분)

생일 케이크를 잘랐을 때 드러나는 ‘빈 공간’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는 공허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시인에겐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친구들과 음식을 같이 먹는 그 시간은 고맙고 소중한 순간이다. 결국 그 친구들은 화자를 홀로 남기고 길 위의 눈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터, 그 발자국은 화자의 머리 속에 ‘화인’으로 찍힌다. 타인이 화자의 삶에 뜨겁게 찍은 화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