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일

몸속에 눈이 내린다

몸이 항복할 때까지 내리고

또 내리다가

기어이 통증으로 쌓인다

그러다 불현듯

그리움이 눈을 뜬다

하얗고 시큰한 통증 속에서

나는 이 통증보다

그리움 속에 핀 네 웃음이

더 아프다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은 우리를 추억으로 이끈다. 하나 추억이 고통인 이들도 있다. 지금은 잃어버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에게 마음속에 내리는 눈은, 쌓이는 통증이다. 이 쌓이는 눈 속에서 “불현듯/그리움이 눈을” 뜨면, 통증은 배가된다. “그리움 속에”서, “네 웃음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눈을 뜨기 시작한 아름다운 시절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이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