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언 살 수면을 찢어 늪은

새들의 비상구(非常口)를 만들어 놓았다

출렁이는 상처를 밟고 새들이 힘차게 작별한 뒤에도

늪은 밑바닥까지 울던 새들의 발소리 기억하며

겨우내 상처를 열어 두었다

고향을 힘차게 떠난 우리는 언제

어머니 상처에 돌아갈 수 있을까

시인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저 겨울의 언 우포늪에 뚫려 있는 ‘비상구’에서 깨닫는다. 그 ‘비상구’는 새들이 비상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자신의 몸에 스스로 만든 상처다. 자식들은 이 어머니의 “출렁이는 상처를 밟고” 비로소 자립하여 고향을 떠나 하늘을 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머니는 추위를 무릅쓰고 “겨우내 상처를 열어”두기도 한다. 새들이 하늘을 날다 돌아와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도록.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