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원

가슴에 구멍을 뚫으면 피리가 되지

몇 개를 막으면 노래가 되지

노래에 구멍을 뚫으면 춤이 되지

자면서도 멈출 수 없는 춤

떼 지어 다녀도 늘 혼자인 춤

구멍이 다 막히는 날

노래도 춤도 다 막히고,

막이 내리지

다음 공연은 아직 미정

마음을 콕 찌르는 시다. 노래는 가슴에 뚫린 “구멍 몇 개를 막으면”서 피리처럼 발현되고, 그 “노래에 구멍을 뚫으면 춤이” 된다. 뚫림은 고통스럽지만 막힌 가슴에 예술의 숨통을 튼다. 하여, 뚫림과 막힘의 변주를 통해 다채롭게 이루어지는 노래와 춤-“구멍이 다 막”힌다면 공연될 수 없는-은 고통과 자유를 모두 품고 있다. 그리고 잠이 들어도 가슴속 노래는 사라지지 않기에, 춤은 “자면서도 멈출 수 없”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