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

어린 시절 떨어지는 나를 받으려다 아버지는

어깻죽지가 부러졌다

평생 출근해 볼트와 너트를 조일 때마다

팔이 아팠다

암이 전이되어 복수를 더 빼내면 죽을 거라

의사가 말할 때도

부풀어오른 배를 안은 아버지는

아파서 울었다

어느 아침 나는 재가 된 아버지를 들고 이제 안 아파서 다행이라 속삭여주었다

울어도

아프지 않았다

최백규 시인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자신을 구하려다 “어깻죽지가 부러”져 평생을 고통 속에서 일해야 했던 노동자다. 슬프게도 고통스러운 삶은 고통스럽게 끝난다. 암으로 복수가 차서 “부풀어오른 배를 안”고 아파서 울다가 돌아가신 시인의 아버지처럼. 그렇게 아픈 삶을 살다가, 재가 되었을 때 겨우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아버지. 하지만 시인의 마음속에 아픔은 전이되어 박혀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