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상

꽃 진다, 소리도 없이

지는 것이 오직 자기의 일이라는 듯

최선을 다한다

남은 물기를 잎에게 다 내주고도

보채지 않는다

어머니 가실 때 모습 같다

꽃의 임종, 얇다

덕분에, 갓 태어난 잎은 착하다

칭얼대는 인간의 소리는

들어서 무엇하리

저기, 저 어린것들의 순한 힘,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묵은 산을 들어 올리고 있다

봄이 미어터지도록 봄을 머금고 있다가

한꺼번에 연두를 뿜어내고 있다

꽃이 지고 잎이 태어난다. 이 작은 사건 안에는 자연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거대한 순환. 여기엔 보챔이 없고 최선만이 있다. 꽃은 “최선을 다”하면서 지고, 이 죽음을 받아 이파리 하나 착하게 태어난다. 이 조용한 탄생 앞에서 “인간의 소리는” ‘칭얼대는’ 것에 불과하다. 저 ‘어린것들’이 생명을 밀어 올리는 힘은 “한꺼번에 연두를 뿜어내”며 “묵은 산을 들어 올리”는 거대함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