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너를 올려다보면

너는 상처를 입고 있구나

벌써 상처 속에서 환하구나

감정을 끝까지 실험하다

미쳐버린 시인같이

상처가 시인 너는

상처의 수집가인 너는

골짜기마다

누군가를 잊지 못해

올려다보는 눈길로

깊어가는구나

‘정읍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에게 ‘달’은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희구하는 바를 비는 신적인 대상이었다. 위의 시에서 달은, 그와는 달리 상처 그 자체를 표현하는 시로 등장한다. 그 상처는 실연으로 인한 것, 달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미쳐버린 시인”의 표정으로 “골짜기마다” “깊어가는” 눈길을 보낸다. 하여, 자신의 상처를 환하게 드러내는 달빛 아래의 사람들은 광기에 조금씩 젖어 들게 될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