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전략)

현생만이 나의 것입니까.

추모는 끝까지 나의 것이 아닌데

나는 슬퍼하는 동안

투명한 귀들이 자랍니다.

귀들을 자르면 살아 있는 표정으로

그것은 우는 얼굴입니까.

(중략)

영혼이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

별들은 지워진다고 하는데

태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이파리처럼 무성합니다.

낯빛들이 흔들리는 숲 속,

나의 별자리는 어둠 속에 나를 벗어놓고

길을 잃습니다. (부분)

시인은 어떤 이의 죽음을 맞아 “현생만이 나의 것입니까”라고 묻는다. ‘나의 것’에는 나의 현생만이 아니라 저승으로 간 타인도 있다는 의미이리라. 그것은 “슬퍼하는 동안” 죽은 자들의 소리를 듣게 되는 “투명한 귀들이 자”라기 때문이다. 이 귀들을 잘라도, “살아 있는 표정으로” 죽은 자들은 악착같이 나타난다. 하여, 시인은 길을 잃고는 “이파리처럼 무성한” “태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소생’을 감지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