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

거울들이 나를 길쭉하게 왜곡하는 날

하이힐을 신고 이왕이면 콧노래를 부르며

면접을 보러 가야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들의 질문은 다시 돌려주며

암호보다 캄캄한 눈빛을 보낼 거야

(중략)

봉인된 현금 지급기를 모두

꺼내주고 싶어

전선에 매달리는 새들

렌즈 속에는 아무리 눈을 치켜떠도

거꾸로 서는, 빌딩들

겨울 내내 잔고 조회는 끝나지 않는다 (부분)

면접 보러 가는 날은 “거울들이 나를 길쭉하게 왜곡하는 날”이다. ‘나’는 면접관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자기 자신을 맞추어야 해서, 예상되는 면접관의 질문은 시인 자신의 모습을 왜곡하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나’는 면접관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고는, 면접관의 질문을 다시 돌려주며 “암호보다 캄캄한 눈빛을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겨울 내내 잔고 조회는 끝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