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마지막까지 몰고 온 시간과 몰린 시간의 양면
우리는 그곳에서 양면의 사투를 벌인다
모든 승패는 허우적거리다
손을 들거나 손을 잃는다
(중략)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막판이 있다
꽃이 지거나 열매가 떨어 질 때
찢긴 상처와 쓰라린 기억을 봉합하는 것은
막판에서 가능한 일

새로운 출발선에 불끈 쥔 두 주먹이 서 있다
모아 쥐기만 했던 각오들이 낭비 될 때까지
풀벌레 소리는 짧아지고 나무도 그늘을 내려놓는다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길 끝
물의 상처에 패를 던지고 그 파장의 시간으로
흔들리는 것이 잔잔하게 봉합되기를 기다린다

위의 시는 ‘막판’이라는 시간의 국면을 탐구한다. “물러설 곳 없는 길 끝”에 몰린 ‘막판’은 다른 시간과 차별성이 있다. “마지막까지 몰고 온 시간과 몰린 시간의 양면”이자 “꽃이 지거나 열매가 떨어질 때”인 막판은, 도리어 “찢긴 상처와 쓰라린 기억을 봉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시간이다. 추락과 죽음의 시간으로 몰리지 않는다면 봉합을 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기에. 그 봉합의 바느질이 시 쓰기일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