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무

마지막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했다

사흘 남은 해의 얼굴을 씻는다

세면기의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체면을 닦을수록 체증은 더한다

(중략)

세수(洗手)가 씻은 얼굴

낯에서 물 묻은 이름이 쏟아진다

이름 고인 물에 얼굴이 뜬다

이름과 얼굴을 떼놓을 명운은 없다

얼굴이 낳은 이름이기에

이름이 외면하는 얼굴이기에 (부분)

말 또는 이름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보여주는 시다. 세수를 하자 “낯에서 물 묻은 이름이 쏟아진다”는 구절은 타인의 존재에 대한 시인의 민감한 의식을 짐작케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름 고인 물에 얼굴이 뜬다”는 상상이다. “이름과 얼굴을 떼놓을 명운은 없다”는 것, 이는 이름은 언제나 얼굴이라는 육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름이 외면하는 얼굴”이더라도 바로 그 얼굴이 이름을 낳은 것이기 때문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