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우

새가 죽고 드문, 드문 저녁이 오기 시작한다

새의 내장 가득 꽃힌 시린 허공

미처 떠나지 못한 나뭇잎 한 장 前生을 향해 요동친다

저 먼 동네 어디에선가 젊은 엄마가 아이를 찾아 나서던 골목길이 태반 쏟아지듯 열리고

꽁꽁 얼어붙은 죽음이 파닥파닥 뒹군다

돌이킬 수 없는, 그것이

일어서고 있다

위의 시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저녁’이 오기 직전, 그 세계의 ‘전조’ 현상을 보여준다. 현 세상엔 죽음이 널려 있다. “새의 내장 가득 꽃힌 시린 허공”이며, 낙엽이 여기를 얼른 떠나고 싶은 듯 “前生을 향해 요동”치는 바닥엔 “얼어붙은 죽음”도 두려운 듯 파닥거린다. “그것이/일어서”서 “태반 쏟아지듯 열”린 ‘골목길’을 따라 이 세계로 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죽음의 끝,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일 ‘그것’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