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배

방은 나에게 날짜를 세어준다

어느 날 내 심장 속으로 콱 들어와 방 한 칸,

집 한 채

나는 방 안에 누워 있고, 방은 내 심장 속에서

뛰고 있다 방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다

옥탑의 문 앞까지 계단이 시간을 끌어올리고 있다

계단이 가쁜 숨을 몰아 검은 발자국들

내 목구멍까지 끌어올리는 날, 아침

심장마비로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방,

날짜도 세다 말고 멈춰버릴 방,

월세도 못 내고 굳어버릴 방,

썩어 소리 없이 지워질 방,

위의 시에 따르면, 시인의 심장은 ‘집 한 채’와 같으며, 그 ‘집-심장’ 속엔 ‘방 한 칸’이 “콱 들어와” 있다. 마음속의 방이라고 할 이 심장의 방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지만 뭔가 위험하다. 가만히 놔두면 심장마비로 멈춰버리고는, 굳어버리고 썩어 지워질 수 있는 옥탑방. 이 방이 멈추지 않도록 ‘노크’해야 한다. 계단이 “검은 발자국들”을 남기며 숨 가쁘게 “시간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