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돌담 사이로 바다가 보이네

소라고둥의 집을 짓고 사는 이여

바다는 앞마당에 와서

아무 말 없이

둘러만 보고

다시 돌아가네

어부의 집은 고깃배처럼

미끄러지네

좀더 기우네

어부는 자신이 사는 집도 바다와 관계한다. 바다가 그의 집 앞마당까지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어부는 고독한 사람이다. 바다가 “둘러만 보고/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바다와 그는 섞이지 않는다. 저 어부는 시인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바다라는 세상에서 시를 낚는 사람. 그렇다면 시인의 집은 고깃배다. 그에게 다가오지만, 그와 섞이진 않는 세상 위로 미끄러지면서 기우뚱거리는 시의 집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