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빈
모든 안식일의 나
자는 할머니 코에 손가락을 대보기도 한다
얻어 온 햄스터의 이름을 지으며 울기도 한다
강아지를 처음 데려온 날
강아지의 죽음을 계산해보기도 한다
나는 매일 안식을 취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분할된 고통 속이다
안식일은 노동을 쉬면서 신께 기도를 드리는 날이다. 반면, 유혜진 시인에게 자신의 ‘모든 안식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날이다. 그날 시인은 할머니의 살아계심을 “코에 손가락을 대보”며 확인하거나 햄스터의 이름을 지으면서 그 짧은 운명에 눈물을 흘린다. 또는 강아지가 죽을 날을 계산하기도 한다. 시인에게 안식이란, 저렇듯 일부러 일상 속에서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고통을 감당할 수 있도록 분할하는 일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