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어두어오는 城門밖의 거리

도야지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다

엿방 앞에 엿궤가 없다

양철통을 찔렁거리며 달구지는 거리 끝에서 江原道로 간다는 길로 든다

술집 문창에 그느슥한 그림자는 머리를 얹혔다

이 시는 4개의 연을 통해 4개의 장면이 잘 정제된 표현으로 묘사한다. 각 연은 어두운 색조로 채색된 듯한 느낌을 주며, 묘사 대상들은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이다. 성 바깥이라는 제목부터가 어떤 소외감을 느끼게 해준다. 1연의 “어두어오는 城門밖”이라든가 2연의 “엿궤가 없다”라는 시구는 사라짐, 상실감과 관련된다. 3연의 이주자의 달구지와 4연의 기생의 그림자는 서러움을 불러일으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