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이빨과 발톱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찢긴 살과 혈관 속에 남아 있는

이 핏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부분)

시인은 위의 시에서 제시된 ‘가능주의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가 꽉 막혀 있는 우리 시대에는 저항의 시가 더욱 필요하기에. 여기서 저항은 정권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삶의 가능성을 교묘하게 봉쇄하고 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시인은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내부의 숨겨진 비참과 상처를 드러내면서 몸소 아파하는 동시에, 지금 여기의 삶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