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오히려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보이는 것은 보이는 만큼
보여주면서 멀어져 가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만큼 
보여주지 않으면서 가까이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늘 내 귀밑머리에 앉아 있다
보이지 않는 사상이 늘 내 가슴속을 차지하고 있다

시인은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은 “멀어져 가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고 말한다. 시는 어떤 대상의 보이지 않는 면을 보기 위해 마음을 다할 때 형성된다. 시 쓰기란 보이지 않는 것, 잠재해 있는 것이 우리 삶과 세계를 지탱하고 형성하는 힘임을 시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보이지 않는 사상”과 “보이지 않는 바람”이 마음과 감각을 저변에서 형성하고 있음을 인식하듯이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