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현미 잡곡밥, 청국장, 도토리묵, 마늘, 고추 장아찌를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엄마와 함께 소양, 해지는 들녘을 걸었다

가팔랐던 내 마음도 어느새 평평해졌다
엄마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벼이삭처럼 자라는 해지는 들녘이었다

차랑차랑 벼이삭을 흔들며 단내 나는 바람이 불었다
고단하고 쭈글쭈글했던 엄마 삶이 조금씩 펴지고 있었다

엄마 손은 고즈넉했으나
그 손을 오래도록 잡고 있으면
문자로 요약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난 이 따뜻함에 기대어
서로 품고 스며드는 시간 속으로 가고 싶었다

평평한 들녘에 어머니와 함께 평평하게 손을 잡고 걷는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 주름으로 각인된 고단했던 시간들을 이야기해준다. 이야기들을 건네면서 “쭈글쭈글했던” 시간들은 “조금씩 펴지”며 들녘의 “벼이삭처럼 자라”나고, 시인의 마음은 그 들녘처럼 “어느새 평평해”진다. 어머니의 이야기들은 시인의 마음속에서도 자라난 것, 어머니의 이야기-문학-도 이삭처럼 평평한 세계에서 자라나는 생명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