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변방에서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

변방에서 쏘아 올린 사랑의 로켓을

아무도 보지 않는다

변방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꽃향기를

아무도 맡지 않는다

변방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중심의 감옥에 갇혀 있는 줄 모른다

‘변방’에 있는 이들 중 다수가 중심에 들어서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기필코 중심에 들어가리라고 마음 먹고 이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변방을 벗어나야 할 곳으로 여기니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중심에 들어선 이들 또는 원래 중심에 있었던 이들 역시 변방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에 관심 없다. 시인은 이렇듯 중심에 마음이 묶여버린 이들이 “중심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꼬집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