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

안녕이란 말 어디에서 왔을까

소란스런 거리에 서서

“안녕”이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면

꽃잎이 지고 하루가 저물어 가네

얼마나 많은 별리들이 사람들 앞에 있었을까

바람 속을 떠돌고 강물에 섞여 흘러갔을까

“안녕”하고 뒤돌아서면

적막에 묻힌 집 한 채

떠오르고

잊혔던 이름들 등불처럼 내걸리네

안녕이란 말 어디로 갈까

허공에 매달려 반짝이는

이름들아

불멸의 노래들아

이별할 때 말하는 ‘안녕’이라는 말. 이 시에 따르면, 이 말을 “읊조리면” “소란스런 거리”에서도 적막의 공간이 열린다. 그 공간은 가슴 아픈 이별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곳이다…. ‘안녕’이 시적인 말이라는 것을 이 시를 읽고 새삼 깨달았다. 시적인 말이란 “불멸의 노래들”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그 노래들은 “잊혔던 이름들”이 내걸리는 ‘등불’을 의미하는데, ‘안녕’을 읊조리면 이 등불에 불이 켜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