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더 이상 사물을 읽으려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세계는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다만 자신들의 운명을 비는 자들이 되어 버렸다

무당의 나라가 들어섰고

미래를 세우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종언이 왔다고 한탄했으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물가에서 지나간 시대를 비춰주던 햇살만이

아직도 이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사물의 시대를 비추고 있었다 (부분)

시인에 따르면, 지금 이 세상의 사람들은 “사물을 읽으려 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에게 “세계는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비는 자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세계와 접속하지 않기에, 그들에게 미래의 세계는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는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다. 저 ‘햇살’이 여전히 사물에 빛을 비추며 세계와 접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