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것은

숲속에 보이지 않게 숨겨놓았던

제모습을 구겨지지 않게 펼쳐내려는

단정한 날갯짓이지요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주는 것은

단정하게 다듬어놓으려는 제모습을

헝클어지지 않게 풀어내고 있는

욕심 버린 몸부림이지요

바람에 흔들려주는 나무 앞에 서면

몸 둘 바를 모르고 다소곳해지는 까닭은

내 모습을 반듯하게 다듬어놓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지요.

현대인은 점점 부끄러움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에 시는 우리 현대인에게 종종 부끄러움을 일깨워주고, 그래서 사랑받는다. 윤동주의 시를 생각해보라. 어쩌면 시인은 자신에게서 부끄러움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발견은 시적 형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위의 시에서 시인이 ‘바람’의 ‘날갯짓’과 ‘나무’의 ‘몸부림’이라는 형상에서 단정함의 윤리와 자신의 부끄러움을 찾아내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