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설
첫 정규 음반 ‘오브 어스’ 발매

밴드 설. /엠피엠지뮤직 제공
“회사에 들어갔을 때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칠판에 우리 밴드가 염세적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 세대가 갖는 불안함을 노래에 많이 반영해서 그런 거 같아요. 하하”(김도연)

불안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노래해온 밴드 설(SURL)이 첫 정규 음반 ‘오브 어스’(of us)를 발매한다.

밴드 설은 컴백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신보와 자신들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설호승(보컬), 오명석(드럼), 이한빈(베이스), 김도연(기타) 4명의 밴드 멤버들은 서정적인 자신들의 음악과는 달리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자 “뉴진스, 르세라핌, 에스파, 블랙핑크”를 외치는 명랑한 청년들이었다.

1998년생 동갑내기로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이들이 본격적으로 밴드를 구성한 건 2017년, 멤버들이 막 스무 살이 됐을 시점이었다.

“한빈이와 호승이랑 처음 밴드를 만들고 저한테 ‘선인장’의 데모곡(임시녹음곡)을 들려줬어요. 곡을 듣고 꼭 밴드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예정됐던 독일 유학도 취소했죠.”(오명석)

다른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맡고 있던 김도연까지 합류한 후 밴드 설은 2018년 데뷔곡 ‘여기에 있자’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여기에 있자’의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62만 회가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설호승은 “데뷔 전부터 합주 연습을 정말 많이 해서 밴드의 연주 실력도 꽤 괜찮았다”며 “당시 공연을 본 관객들이 ‘얘네가 신인 밴드가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후 설은 20대들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눈’, ‘열기구’, ‘돈트 세이 노’(Don’t say no) 등이 입소문을 타며 Z세대를 대표하는 인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오명석은 “대부분의 20대가 느끼는 벽에 부딪힌 감각, 불안함, 인간관계에서 겪은 외로움 등을 노래에 주로 녹여내서 많이 공감해주신 거 같다”고 말했다.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그래도 너만 외로운 게 아니니 우리 함께 힘을 좀 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설호승)

‘오브 어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적 세계를 마무리 짓고 도약하는 음반이라고 설은 소개했다.

신보에는 더블 타이틀곡 ‘에브리데이’(Every Day), ‘왓 타임 이즈 잇?’(WHAT TIME IS IT?)을 포함해 네 멤버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10곡이 수록됐다.

신보를 만들면서 가장 큰 고민은 자기 복제를 피하면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이었다. ‘에브리데이’에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삽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이한빈은 “저희 노래가 자기복제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간 발표한 노래들을 보면 장르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고 말했다.

오명석은 “인기를 끈 곡들의 분위기가 비슷해서 (팬들이) 우리가 한가지 스타일을 반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우리 음악을 계속 들어주셨다는 것이기에 오히려 감사하다”며 웃었다.

요즘 음원 차트에서 밴드 이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한국 가요계 현실이지만 설은 자신감이 넘쳤다.

“밴드 음악이라는 장르의 부흥을 이끄는 물결이 되고 싶어요. 저희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멋있는 사람들, 열정 가득한 사람들과 모두 함께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