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맛을 지켜온 여성’
‘두산손명주, 전통을 짜는 사람들’
여성정책개발원, 책 두권 발간

‘두산손명주, 전통을 짜는 사람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제공
‘두산손명주, 전통을 짜는 사람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제공

서양 음식과 퓨전 음식이 넘쳐나고, 화학섬유로 만든 화려한 기성복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도 우리 음식과 전통 길쌈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경북여성들이 있다.

경북도 출연 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이 최근 발간한 2권의 책 ‘경북의 맛을 지켜온 여성’과 ‘두산손명주, 전통을 짜는 사람들’이 경북 여성의 고집과 열정을 기록하고 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경북의 맛을 지켜온 여성’은 경북 여성 구술생애사 채록사업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활용해 향토음식, 전통음식을 계승·보급·발전시키고 있는 5명의 각기 다른 삶의 여정과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을 소개하고 있다.

권동님 구미시 우리음식연구회 4대 회장은 지역특화 식품 레시피 개발과 음식 전수교육 등을 추진했다. 최명희 안동제비원 대표는 국내 유일한 소두장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1호)으로 4대째 내려오는 전통 손맛을 살려 전통장류를 생산하고 있다. 최송자 매야전통식품 대표는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을 통해 매야전통식품 법인을 설립하고 쌀엿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3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정인 뜰안 대표는 TV음식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4’에 출연해 경상북도의 음식을 알리는데 기여한 향토음식 연구가이자 녹두황정 특허 보유자다. 노명희 상주시 ‘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장은 고조리서의 전통음식을 재현하며 전통음식 확산과 보급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혹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살려 혀끝, 손끝에 자연스레 녹아든 전통의 맛을 찾아낸 여성들이다. 옛 음식에 대한 기록이 담긴 고문서를 찾아 의미를 고민하고 재현하기도 했다.

‘두산손명주 전통을 짜는 사람들’은 2018년부터 시작해 네 번째 추진한 풀뿌리 경북여성의 삶 이야기 사업의 결과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짜기’ 보유단체인 경주 두산리손명주연구회원 4명의 이야기와 여성의 노동이 명주짜기 무형문화재로 피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경북의 맛을 지켜온 여성’.
‘경북의 맛을 지켜온 여성’.

수록 인물은 소녀 시절 할머니로부터 배운 명주 짜기를 젊은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손명주연구회의 최고령 회원 이수봉(92), 먼 길 떠나는 이에게 고운 수의를 입혀 배웅할 수 있어 보람이라는 김분순(81), 철모를 때부터 온 집안이 베를 짜던 물레에 앉아 시작한 베틀질이 50년, 짱짱한 베가 긍지이고 어머니의 기억인 김이화(74), 마을 사업으로 명주 짜기와 인연을 맺은 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단체로 인정받은 김경자(61) 씨 등 4명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지난 세월의 훈장처럼 여기며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걱정은 젊은 사람이 이 계통에 들어오지 않아 언제 고귀한 전통문화의 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현실이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앞으로 이 두 가지 사업의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경북여성 아카이브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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