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덕대학교 박홍국 교수
경주읍성 ‘석물마당’ 석재 분석
두 유형서 금동판 고정 흔적 확인

경주읍성 석물마당에 있는 석조유물. 파란색과 붉은색 원 안에 있는 부분이 우주 혹은 탱주에 해당한다. 붉은색 원 안은 평행사변형이지만, 파란색 원 안은 직사각형이어서 성격이 다른 유물임을 알 수 있다. /박홍국 교수 제공

‘황금의 나라’신라에는 계단 양옆에 설치한 난간 받침돌까지 금동판으로 감싼 화려한 건축물이 있었을까.

경주읍성 동쪽에 무더기로 놓여 있는 용도 불명의 석재 가운데 통일신라시대에 금동판으로 장식했던 계단 난간 받침돌의 일부로 추정되는 석조유물이 다량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학교 교수는 경주읍성 동문터 인근 ‘석물마당’의 석재들을 분석해 7세기 말에서 8세기 사이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 난간 계단석 파편 55점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석물마당은 1985년 이후 진행된 경주읍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석재를 모아둔 곳이다.

박 교수는 신라사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신라사학보’제53호에 실은 신라 난간 받침돌 분석 논문에서 석재 하나하나를 촬영한 사진을 수록하고, 유물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석재 55점이 동일한 성격의 계단 난간 받침돌이라는 근거로 크기와 조각 양식을 들었다.

난간 받침돌은 모두 하늘을 향한 면의 폭이 21㎝ 안팎이며, 측면 높이는 33∼33.5㎝이다. 측면에는 어김없이 위쪽과 아래쪽에 볼록하게 솟은 기다란 띠 모양 장식이 있다. 띠 장식의 폭은 위쪽이 대략 7㎝이고, 아래쪽은 9㎝ 내외다.

상하 띠 장식 사이 가운데 부분은 옴폭 들어갔는데, 대개는 끝에 평행사변형 모양의 또 다른 장식이 있다. 높이는 띠 장식이 1.5∼2㎝, 평행사변형 장식은 0.5∼0.6㎝이다. 평행사변형 장식은 미술사 용어로 ‘우주’ 혹은 ‘탱주’라고 한다.

다만 난간 받침돌은 전부 형태가 온전하지 않아서 길이가 제각각이다. 그중 30∼39㎝인 석재가 20점으로 가장 많다. 가장 짧은 유물은 약 22㎝이고, 긴 유물은 81㎝ 정도이다. 전체 길이를 합하면 대략 24m이다. 난간이 계단 양쪽에 있었다면 한쪽 길이는 12m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난간 받침돌에 금동판을 붙였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네 가지 유형의 받침돌 중 두 가지에 해당하는 27점에서 구멍이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구멍은 금동판을 부착한 뒤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은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가 ‘A유형’으로 분류한 14점은 위아래 띠 장식에 지름 0.8∼1.8㎝인 구멍 5∼7개가 있고, 평행사변형 장식 옆쪽 면에 반원형 홈이 길게 있다.

두 번째 종류인 ‘B유형’ 13점은 아래쪽 일부가 삼각형 모양으로 돌출했으며, 윗면에 지름이 약 0.7㎝인 구멍 1∼4개가 있다.

박홍국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 있는 갈항사지 삼층석탑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선사지 삼층석탑에 간격이 일정한 구멍들이 있으며, 이 구멍이 금동 장식을 달았던 자국이라고 설명했다.

석재들을 직접 살펴본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석재들이 금동판으로 장식한 신라 난간 받침돌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며 “신라 건축물과 석조 문화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주/황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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