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김현욱
작가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김현욱씨
현장교육으로 터득한 경험 공유 위해
에세이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 출간
“문학이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나
고민 묶어낸 어린이문학 사용설명서”

김현욱 작가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포항 지역에서 시인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경주 황남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현욱 작가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김 작가는 최근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독서,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학부모와 교사와 함께 나누고자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브로콜리숲)를 펴내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를 지난 25일 만났다.

-등단 이후 첫 에세이집을 펴낸 소감은.

△나는 낮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글에 복무한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지내고 주말에는 시와 지낸다. 이번에 낸 첫 에세이집은 낮과 평일의 책이다.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글이다. 20년간 학교, 도서관 등에서 수업, 강의를 하며 겪었던 오랜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교사로서 살아온 점들을 연결한 그래프다. 그래서 그런가. 연보랏빛 말쑥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것뿐이다. 무덤덤하고 조금 부끄럽고 많이 후련하다.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를 소개한다면.

△20년 경력의 현장 교사가 학교에서 독서, 토론, 글쓰기, 시 낭송, 시 쓰기, 그림책 읽어주기 등을 실천하면서 겪은 성공담이자 실패담이라고 소개하면 이해가 가장 빠를 것 같다. ‘문학’이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문학’으로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시와 그림책, 동화들과 재밌게 지낼 수 있을지 나름의 ‘어린이문학 사용설명서’를 책에 담았다.

-문인이기에 앞서 초등학교 교사로 독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하며 어떤 도움이 되나.

△그동안 대구, 경북 지역의 학교,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 학부모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강의 경험이 늘수록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대상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데 철칙은 절대로 혼자서 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의 발표와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수업일수록 만족도가 높다. ‘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성장한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진 대면 독서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책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상태일 때 가장 책답다. 독서교육은 눈빛, 표정, 음성, 온기, 미묘한 감정의 변화 등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책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은 만나야 한다. 만나야 소통할 수 있다. 소수의 어린이, 청소년 독서회라면, 대면 독서교육이 옳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소수 위주의 대면 독서교육, 대면 독서회는 지속되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

△내년 1월쯤 첫 번째 그림책이 나온다. ‘못난이 옹기’라는 책이다. ‘행복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집, 동시집, 동화집, 에세이집,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가 크다. 연말에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아저씨’라는 두 번째 그림책을 낼 예정이다. 요즘 딸과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다. 856쪽짜리 책이다. 왜 고전인지 왜 꾸준히 리메이크되는지 알겠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능력은 없지만, 이런 아름다운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작품을 쓰고 싶다.

-경북교육청의 독서교육 관련 정책들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학교는 공부 머리가 아니라 일머리가 필요한 곳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독서, 글쓰기도 그렇다.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계산하는 똑똑함보다는 실천하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우직하게 책 읽어주고, 꾸준히 사제동행 아침 독서를 실천하고, 정성으로 독서동아리를 이끄는 선생님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선생님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고 포상하고 긍지를 심어주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쓰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선생님이 된다. 읽어주는 선생님이 쓰는 선생님이 된다.

 

에세이집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
에세이집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

-미래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이며 이를 대비해야 할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독서와 글쓰기는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책과 연필, 독서와 글쓰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독서와 글쓰기는 인간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위대한 행동이자 유산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라는 말에 조급해하지 말자. 아이들과 함께 느긋하게 읽고 그윽하게 대화하고 꾸준히 쓰자. 미래로 갈수록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더 귀해지고 대접받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요즘 읽고 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밑줄 그은 문장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혼자서 두 발로 여행할 때만큼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존재하고, 이렇게 살아 있고, 이렇게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 나는 멈춰 있을 때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루소의 말이다. 루소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가 걷기를 즐겼다고 한다. 많이, 자주, 꾸준히, 걸으시라. 건강을 위해, 위대한 생각을 위해.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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