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후끈’
최대 역사·관광도시 당위성 강조
故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 부각도
주낙영 시장 “모든 지원 다 할 것”
대구 등 전국 지자체와 본격 경쟁

“‘이건희 박물관·미술관’은 경주이씨의 본향 ‘경주’로 유치해야 합니다.”

경주시가 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경주이씨 종친회가 나선 경주시와 고 이건희 회장의 고향 대구시,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 의령군 등 전국 지자체들간 고 이건희 컬렉션 유치 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주시는 경주이씨 종친회와 손잡고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 측에 뜻을 전하고 이건희 박물관·미술관 유치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16일 경주시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정부에 기증한 2만3천점의 문화재 및 근현대 미술품 전시공간 유치에 적극 나선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신라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사로 6촌 중 알천 양산촌의 촌장으로 전해지는 표암공 알평(경주이씨 시조)의 후손(40세손)이다. 또 경주는 고 이병철 회장과 남다른 인연이 많다. 고 이병철 회장은 경주이씨 판정공파 후손으로 중앙종친회장을 맡았으며 경주 동천동 소재 경주이씨 제실 앞에는 그가 친필로 직접 쓰고 희사한 ‘경모비’가 자리 잡고 있는 등 인연이 특별하다.

경주는 신라 천년고도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민족예술의 발상지이며 노천박물관으로 한해 평균 1천500만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지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달된 2만1천600여점의 고미술품 중, 신라 관련 유물이 상당수 있는 만큼 경주로 와야 할 명분이 충분하며 경주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측과 관련 협의도 진행한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라 근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손일봉, 김만술 등이 후학을 양성했던 국내 첫 예술전문대학인 ‘경주예술학교’가 위치한 곳도 경주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회화, 서예, 조각, 도예 등 1천여명이 넘는 각 분야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 알천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경주시는 지난 2019년에 제정된 신라왕경특별법에 따라 신라왕경 핵심유적 15개소에 대한 정비복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이건희 컬렉션과 신라왕경 복원사업과 연계된다면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13일 김석기 국회의원과 경주이씨 종친회 이상록 회장을 만나 “이건희 컬렉션 전시관이 경주에 온다면 부지제공, 건축비 분담 등 모든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면서“경주역사 이전부지, 구 시청사 부지, 황성공원, 보문관광단지 내 육부촌, 경주엑스포대공원 등 삼성 측이 원하는 장소 어디라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이어 “대통령 지시 이후 현재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서울만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건립되어야 하고 경주같은 중소도시에 세워질 때 더 큰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대구시와 경주시를 비롯해 경남 의령군과 진주시, 창원시, 부산시, 경기도 및 수원·용인·오산·평택시, 여수시, 대전, 세종, 청주시, 인천시 등이 삼성그룹과의 인연을 각기 내세우며 고 이건희 컬렉션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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