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스승의 날 40회째 기념행사를 충남 강경고에서 한다기에 ‘50년은 넘을 텐데?’ 하고 보니, 1963년 충남 강경여중고등에서 ‘은사의 날’로 시작한 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졌고 그동안 스승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며 감사해왔는데 73년 국민교육헌장선포로 묶였다가 82년에 ‘옛 스승 찾아뵙기’ 행사로 부활했다고 한다.

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사제 간의 존경과 사랑 속에 참된 학풍을 이어온 스승의 날이 요즈음 여러 가지 사회적 풍토 변화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듯하여 안타깝다.

스승의 날 행사는 빨간 카네이션 꽃 한 송이를 작은 선물과 함께 드리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드리는 소박한 것이었는데 난데없이 김영란법이라는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물은 5만 원 이하이고 카네이션도 학생대표만 전달할 수 있으며 종이로 만든 꽃은 되지만 생화는 피하는 추세란다. 촌지 때문에 이날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교단에서의 사랑도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참된 인간관계를 엮어가야 하는 교실에서 사회부정의 꼬투리를 잡고 사제 간의 윤리를 어둡게 하며 교권이 추락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참된 학풍을 이어가겠는가.

‘스승’은 인간의 도리와 이치를 가르쳐서 좋은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다. 또 옛날에는 참으로 인격과 학식이 높고 덕업이 있는 사람을 ‘선생’이라 일컬었으며 임금까지도 어렵게 대했던 인격체들이었다. 그러나 선생이라는 호칭이 일제 강점기에 남용되어 현재로 이어지면서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교사’로서 또 ‘~선생’이라는 세속화된 인칭으로 사용됨으로써 우리는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지식을 가르쳐주는 직업인으로 보게 된 것이리라.

스승의 날에 대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자긍심이 떨어진다’ 32.4%, ‘부담스럽다’ 26.2%로 부정적이고, ‘자부심을 느낀다’가 겨우 5.8%로써 이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고 싶다는 반응이 81.6%라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주소가 암울하다. 또 제자에게 연락을 꺼리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하니 교직에 있는 모두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명감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전인(全人)을 만들겠다는 교육관과 교육애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교육 의식을 몸소 실천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는 듯한 ‘교원노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든다. 교육의 한자를 분석해보면 ‘효자가 되라고 등을 두드려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 제자들이 참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그 행위가 과연 노동으로 여겨지는 걸까. ‘선생은 있지만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참스승을 만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꽃 한 송이, 음료수 한 병을 교탁 위에 올려놓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고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주던 제자들이 다시 보고파진다. 기억나는 선생님에게 짧은 손편지라도 전해드리자. 스승이나 제자 모두 사랑과 존경으로 제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