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 <br>포항 중앙고 교사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필자가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 ‘신록예찬’이라는 수필이 있었다. 시험에도 잘 나오는 작품이었다. 그때는 시험공부였으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몰랐다.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생각했다.

어떤 계절을 좋아합니까? 누가 필자에게 물으면 필자는 봄 또는 가을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신록의 계절이라고 말할 것이다.

30대와 40대는 미친듯이 수업만 하다가 60살이 되던 어느날 벚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 선배들한테 물어보니까 주변의 자연경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 먹은 것이다. 50대 이후부터 필자는 1년 중 바로 지금, 신록의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작은 씨눈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색 초록으로 온세상이 물들기 시작해서 하나의 잎으로 만들어질 때까지의 아름다움을 신록예찬이라 한다.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수필 ‘신록예찬’중

필자는 지난주 보경사와 내연산에 가서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보았다.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맑은 신록의 숲속에서 올려다본 푸른 잎사귀들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아름다운 신록을 보며 번잡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떠나 순수하고 맑은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흉중에도, 안전에도 신록이다. 자연 현상에서 느낀 정서적인 체험에 충분한 사색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깊고 확고한 태도와 자연에 대한 심미안적 통찰력을 느꼈다.

시간은 흘러도 행복한 기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몸과 마음 부지런히 놀리면 행복이 가까이 온다. 세월은 빠르고 걸음은 더디니 쌈지에 고이 모신 오롯한 기억들 하나씩 풀어 세월 바람에 날려본다.

물길 산길 바람길 따라 이어지는 사람 길 그 길 따라 웅숭깊은 인정 길어 올린다.

필자는 자연이 주는 혜택과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오월의 신록 내연산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눈과 마음과 가슴을 씻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일체감을 가지면서 신록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싶다.

신록의 봄이 가고 초하의 여름이 다가온다. 1년 이상 벗지 못하는 마스크가 날씨가 더워지니 귀찮고 힘들다. 사람들이 어디서나 멀리 떨어져야 한다. 몇몇 나라는 마스크를 벗을 정도 단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우리도 곧 오겠지. 힘내자. 저 신록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