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지난 2월 초하루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축출하는 쿠데타를 감행한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열렬한 민주화운동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미얀마의 정치상황을 본래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시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천700명이 넘는 시민이 군부에 억류돼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는 진정 피를 먹고 자라나는 것인가?!

미얀마 시민들의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을 보면서 맨 처음 떠오르는 사건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고립무원의 절체절명 상황에서도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 일당의 군사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웠다. 광주의 피어린 항쟁은 도이칠란트의 위르겐 힌츠 페터 기자의 기록으로 세계 전역에 알려진다. 우리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그것을 가슴 절절하게 확인한 바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혹은 트위터나 텔레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고 있다. 딴 툿 우(다니엘딴) 동국대 초빙교수는 이런 정황을 “불행 중 다행”이라 말하면서도 몹시 괴로워하는 표정이다. 대구 문화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시인의 저녁’에 출연한 그는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여러 차례 부탁한다.

2007년부터 한국에서 공부했던 그는 동국대 아시아연구원의 초빙교수가 되어 한국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한국인처럼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면서,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격변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구하고 있다. 그와 대담(對談)하면서 나는 41년 전 절해고도(絶海孤島) 광주에서 속절없이 죽어가야 했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괴롭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광주 시민들의 희생 위에 견고한 민주주의의 성채를 세울 수 있었다. 오늘날 경제와 정치,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우리가 도달한 성취의 배후에는 광주의 고귀한 희생이 자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강고하고 열렬한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 우리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지구촌 전역의 상황이 순식간에 알려지는 시대에 미얀마 군부의 자국민 살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총칼로 자국민을 살해하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 학살자나 도살자에 지나지 않는다. 1980년 광주에 투입된 한국군이 그러했고, 지금의 미얀마 군대가 그러하다.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인 폭거에 대응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미미하다.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한 세대 전에 겪은 학살과 폭력의 기억을 현재화하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일일 것이다. 스테판 에셀의 말처럼 분노하고 연대하는 길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분노하라! 연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