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와 연예계를 시작으로 ‘학폭 미투(나도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 ‘성범죄 미투’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날 조짐이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다. 차제에 범죄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아서 그릇된 문화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광풍(狂風)이 되어 또 다른 폐해를 낳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가수 진달래와 요아리, 여자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에 이어 배우 조병규, 그룹 TOO 멤버 차웅기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스타들의 학폭 의혹이 쏟아져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조병규의 학폭 논란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마무리돼가고 있고 차웅기 측도 “사실무근”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철없던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망가뜨리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 논란의 당사자는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스타의 재능을 아끼고 사랑해온 팬들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한다.

학폭 논란에 휩싸인 스타들을 바라보는 민심은 일단 매우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학폭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1%가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소년 시절 잘못으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은 지나치다’는 응답은 23.8%에 불과했다.

학교폭력예방법 2조의 ‘학교폭력’에 대한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등을 망라한다. 누구나 알듯이 과거에는 아이들 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던 미개한 풍토였다.

빈대는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자고 초가삼간을 마구 태우는 일은 온당치 않다. ‘학폭’을 제대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올바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엘리트 체육, 성적 지상주의, 인기 만능 풍조 속에 빼곡 박힌 모순부터 찾아내서 혁신해야 할 것이다. 다만, 마구잡이식 미투 광풍으로 멀쩡한 사회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만큼은 철저하게 차단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