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학교는 무엇일까. 아침마다 나서는 등굣길은 어떤 느낌인가. 믿고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있고 반갑게 만나는 선생님이 있다. 밤새도 그리웠던 친구들이 있고 떠난 후에도 그리운 교정이 있다. 가르치고 배운 기억이 한 가득이며 나누고 함께 했던 시간으로 늘 돌아가고 싶다. 그러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했던’ 마지막 날을 기억하면서,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라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런 학교의 모습이 일그러졌을까. 모든 비겁함들 가운데 가장 천박하고 저열한 것이 ‘폭력’이 아닐까. 학교폭력, 그것도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 문제가 되어 어른이 된 운동선수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사라져야 하는 학교폭력, 그것도 가장 신사도를 발휘해야 할 스포츠를 물들인 폭력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네스코(UNESCO)는 학교폭력을 수많은 아동과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을 부정하는 범죄로 규정하며 그 퇴치를 강력하게 권고한다. 폭력으로 물든 학교 환경에서 어느 학생이 긍정적인 배움과 배려를 경험할 수 있겠는가. 누구에게든 두려움을 가진 사람은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의사표시도 하기 어려우며 능동적인 학습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하물며 그것이 날마다 겪어야 하는 일상이라면 그가 가지게 될 학교에 대한 기억은 어떠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학교폭력 근절에 나서야 한다. 사건이 불거지고 언론에 보도되면 그제야 사후약방문격의 관심을 보이면 괴물같은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숨을 죽일 뿐 사방에서 또아리를 틀고 다시 설치게 마련인 게 아닌가. 학교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위원회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혹 사후 처리에만 그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야 한다.

스포츠폭력은 또 무엇인가. 공정하고 건강해야 할 운동정신이 저열하고 비겁한 폭력행태와 만난 일이 아닌가. 경기력 향상을 핑계로 삼는다지만 두려움 앞에 발휘되는 그 무엇도 자랑삼을 바가 되지 못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와 관련된 그 어떤 폭력도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국가는 폭력의 존재와 퇴치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 폭력의 그늘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얻어맞고 억눌렸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피해당사자가 겪는 아픔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해자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주변의 공감어린 배려가 있어야 조금씩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터이다. 폭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때에만 실질적인 기량향상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변해간다. 과학과 기술만 변화를 이끄는 게 아니다. 남을 향한 인식과 이해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강할수록 약한 이를 배려하고, 누구든 서로 격려하며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무시하고 배격하며 폭력으로 처단하며 무엇인가 이루려던 어제는 잊어야 한다. 벌어진 폭력에나 반응하던 태도를 바꾸어, 절대로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폭력은 관심거리가 아니다. 폭력은 범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