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 의무화 시행 첫 날, 선별 진료소 현장 가 보니…
수백명 시민들 다닥다닥 붙어 대기
1∼2m 이상 거리 유지 지침 무색
검사 인원 제한에 발길 돌리기도
드라이브 스루 대기 2~3시간 넘어
“시민안전 최소화 준비도 안했나”
무책임한 졸속행정 ‘원성 자자’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포항에서 ‘한 가구 한 명 이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26일. 선별 진료소마다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며 대혼란이 빚어졌다. 온종일 행정 당국의 준비 없는 졸속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남구 송도동 평생학습관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 주변에는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방문자들은 대기 시간 동안 지인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 간 1∼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무색해 보였다.

북구 장량동 행정복지센터 뒤편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는 시민들과 방역 당국 간의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1시간 이상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보건 당국이 갑자기 번호표를 나눠 주며 검사 인원을 500명까지 제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보건소 직원이 번호표를 받지 못한 나머지 인원들은 다른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며 돌아갈 것을 권하자 화가 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A씨(38)는 “안전안내 문자를 보면 오후 8시까지 선별진료소의 운영을 한다고 해서 시간을 겨우 내 검사를 받으러 갔는 데 합당한 이유도 없이 검사 인원을 제한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어젯밤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검사 장소 등을 알렸을 때 준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걱정했던 일이 사실이 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거점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인 양학동 한마음체육관 주변 1.5㎞ 구간에 검사를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며 교통 대혼잡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2∼3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검사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랜 대기 시간에 검사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시민들도 속출했다.

B씨(63·여)는 “1인 1가구 이상 코로나 검사 결정은 좋은 판단이지만, 그런 결정을 내릴 때는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불편함을 최소화할 절차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26일 포항시에 따르면 행정명령에 따라 이날부터 가구당 구성원 1명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달 21일 이후 주민등록상 가족 구성원 중 1명이라도 검사를 받은 세대는 제외다. 검사 대상자는 18만여명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최근 지역 내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가족과 이웃으로의 전파를 막아 달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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